1.
전사 체육대회를 마치고
밤비행기를 탔고
잤고
일어났더니 이스탄불.
뭘까, 비행기가 아니라 포탈을 타고 온 기분은.
2.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차를 운전하던 기사는
휴대폰 고치러 한번
빵 사러 한번
그렇게 수시로 차를 정차하더니
마침내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
자기 여자친구를 태웠다.
아아 이거슨 히치하이킹 코스프레.
유노? 여행가서 탄 차의 기사 여자친구와 차안에서 반갑게 인사해? 메르하바?
3.
펜션에 '무선 인터넷 가능'이라고 써있어서
패스워드를 물어봤더니
"원투쓰리포파이브식스쎄븐에잇나인제로"
디테일이 살아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4.
ATV를 타고 밸리를 도는데
밸리 구석에서
사람 좋은 인상의 터키 할아버지가 나타나
자기 농장 구경을 시켜주겠단다.
그리고는 포도 농장에서 포도자랑 주절주절
외진 곳에 홀로 있는 늙은이들은
한국이나 외국이나 사람이 그리운거구나 싶었는데
와인을 하나 꺼내더니 홈메이드 와인이라며 내민다
선물인가 싶었지만 혹시나해서 얼마냐고 물어보니
"하우머치두유원트?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용팔이로 변했다.
5.
색시는 어렸을 때부터
유럽에서 유럽 담배를 멋드러지게 피우는 로망이 있었다고 한다.
난 국산 담배 흡연자라
동네 슈퍼에 들어가서 터키 담배를 하나 사줬더니
두모금 흡흡 빨고
머리 어지럽고 속 미식거린다며
나 혼자 담배 3개 피울 때까지 퍼져 있었다.
쿼바디스 로망.
6.
노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식당 주인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내 담배를 하나 꺼내서
아무 양해도 구하지 않고 불을 붙여 피운다.
그리고 나를 향해 묻는다.
"아 유 해피?"
"오브코스"라고 대답했더니
"스마~~~일~~~~!"이라는 주문을 넣는다.
밥 먹다말고 베시시 웃었다
아, 주인님께 사육당하는 기분.
7.
안탈리아에서 이스탄불까지 야간버스로 10시간.
버스에서 빵도 주고, 물도 주고, 콜라도 주고, 커피도 준다.
이건 먹어야 해! 공짜잖아!
커피는
앞좌석부터 커피 믹스 봉지를 차례대로 주고
뒷좌석부터 뜨거운 물을 담은 컵을 주는 시스템.
앞좌석부터 나눠주는 커피 믹스 봉지를 받고
뒷좌석부터 뜨거운 물을 담은 컵을 주기 전에 잠들었다.
잠에서 깨어보니
손에 외로운 커피 봉지 하나만 꼬옥.
8.
여행 까페에서 맛있다는 케밥집을 찾아가서
케밥을 주문한 후
"맛있겠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랬더니 식당 주인이
"진짜 맛있어요!"라고 한국말로 대답해줬다.
계산할 때는
"네이버나 다음 까페에 올려주세요."라고도 했다.
야이 씨발놈아 한국말 하지마.
9.
이스탄불 항구옆 시장 이집션 바자르에는 천마리 정도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항구 근처 벤치 앉아서 잠시 쉬는데
색시 치마에 새똥이 툭 떨어진다.
"빠하하하하하" 웃으면서 놀리고 있는데
내 머리에 새똥이 툭 떨어진다.
옆에 앉아있는 터기 여자가
우리 부부를 보며 웃음을 꾸욱 참는 표정으로
아무말 없이 물티슈를 건넨다.
우리 부부는 아무말 없이 각자의 새똥을 닦았다.
10.
이스탄불 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항공권 발권을 하려는데
"(영어로) 8시간 연착입니당~" 이런다.
미니홈피 댓글로 "퍼가용~♡"남기는 것 같이 너무 덤덤하게 얘기해서 놀랐다.
발권하던 시간은 밤 10시.
그럼 우리는 어디서 자나용~ 하고 물었더니
공항 근처에 있는 터키 항공 호텔까지 미니 버스로 데려다준다.
하룻밤에 30만원이 넘는 더블룸 무료 제공!
와아!
여행중에는 하루 3만원짜리 게스트하우스만 돌아다녔는데!!!
그마저 믹스룸 없으면 부부가 각방을 쓰기도 했는데!!!
하지만, 비행기 시간때문에 샤워하고 4시간 잔 다음 바로 나왔다는 이야긔.
아까워.
11.
터키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80%의 확률로
"오~ 꼬레! 꼬레! (영어로) 우리 할아버지가 한국전 참전하셨어!"
이런 말이 나온다.
나머지 20%는 "곤니찌와" 내지 "니하오".
6.25 전쟁은 터키 소상인 할아버지들 때문에 비긴 듯.
물론, 난 마음으로 "님 인증샷이염" 하고 외치고 있었지만.
12.
마음에 드는 카페트가 있었는데 가격이 제시 가격이 약 5만원(안목 참 저렴하다)
본격 가격 흥정에 돌입했는데
상점 주인 : 4만원! 디스 이스 굿 프라이스! 노 모어 디스카운트!
벗 아이 윌 기브 섬 프레젠트! 비코즈 위아 브라더 컨트리!
써지 : 3만원! 디스 이스 에블바디 해피 프라이스! 오케! 짝!짝!짝!
관광객 눈탱이를 치지 못 해서 찜찜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점 주인의 손에
3만원을 꼬옥 쥐어주며 쇼부 완료.
써지 : 아, 맞다! 너 선물도 준댔지?
상점 주인 : 노오~ 아이 올레디 기브 굿 프라이스 투 유!
써지 : 유 새드 위아 브라더 컨츄리! 돈 츄 리멤버? 아이 리스펙트 유어 그랜파!
상점 주인 : ......
터키 찻잔 2개 get.
세이 헬로 투 유어 그랜파.
13.
터키 찻잔 2개 중에 하나는 가방에서 옷 정리 하면서 깨먹음.
으악! 강탈한 것이 깨지니까 더 마음이 아파!
14.
카파도키아 레드 밸리 투어를 끝내고 야간에 돌아오는데
계곡 아래에서 시내까지 돌아오는 차의 운전기사 나이가 너무 어려보인다.
얼핏 보면 고딩.
고딩이 모는 20년 연식의 차에 내 목숨을 맡길 수는 없어서
나이를 물어보았더니
"트웬티 앤 하프!"
차보다 나이가 '쩜오' 많았다.
15.
가는 길이 불편해서 관광객들이 잘 안간다는 폭포를 찾아가는데
시내 버스를 2번 갈아타고 가야했다.
지나가는 사람 잡고 가는 길을 20번 정도 물어본 듯.
영어가 한마디도 안통하는 시골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길을 알려준 다음, 드시고 계시던 과자도 주셨음.
할머니! 고마워요! 쳐묵쳐묵!
2번째 갈아탄 버스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골 마을버스.
평일 낮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중딩 정도로 보이는 녀석이 타더니
시골 마을에 나타는 동양인이 신기한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옆자리로 불러서 어깨동무 하고 같이 사진을 찍어줬더니
고맙다는 건지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좋아했다.
땡큐 정도는 영어로 해주지 색히.
16.
여행을 다니면 그 나라의 '대표 길거리 음식'을 꼭 먹는 편이라
고등어케밥과 홍합밥을 먹어보려고 했는데
전날 고등어구이에 눈탱이를 한 방 맞은터라
홍합밥만 먹어보고 왔음.
홍합과 볶음밥에 레몬 찌익~ 뿌려서주는 항구 음식.
항구에서 배 둥둥 띄워놓고 배 위에서 팜. 개당 600원.
와, 맛있어.
한국 돌아가서 이거나 만들어서 팔까 생각했음.
홍대 앞 홍합밥. 매니저는 홍씨로 뽑아야지.
17.
이스탄불 아야소피아 성당에 갔는데
입이 쩌억~ 벌어질 정도로 웅장하다.
유럽 곳곳에 있는 파리 노틀담 같은 성당들은
이여어~ 크다~ 길다~ 정도였는데
여긴 말그대로 웅장하다. 웅장.
"이거 지으려고 노예 몇 천명이 죽어 나갔을까?"
이런 말 했다가 여행까지 와서 그딴식으로 생각한다고 색시에게 혼났다.
아니 난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