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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2/09 mastin 너랑 나랑은 너랑 나랑은 그렇고 그런 삶이니까
1.
교장 선생이 걸어주는 우등상을 목에 걸고
뿌듯한 마음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서지학 초딩은 '뺑뺑이'로 배정된 중학교 이름을 듣습니다.
"서지학, 덕수 중학교"
서울시 교육평가 결과 서울시 꼴찌에서 두 번째 학교.
게다가 동대문구 위치.
우리집은 용산구인데 어째서!
2.
당시 덕수 중학교는 동대문 상가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습니다.
도대체 학교를 어떻게 상가 한가운데 두냐고 의심하겠지만
학교는 일제시대부터 거기 있었고, 상가가 뒤늦게 자리를 잡은 거죠.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이 모두 치열해서 미칠 것 같은 상가임은 둘째치고
화장실 창문으로 옆 상가에서 재봉틀 돌리는 언니(유후~)들이 보입니다.
좋게 생각해보면 전태일 정신이 깃든 학교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3.
한남 초등학교에서 저와 같이 타의 모범이 되는 우등상을 받은 한 꼬마는
덕수 중학교 배정 소식과 함께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똥통-_- 학교를 어떻게 다녀!"
뭐 굳이 똥통이고 말고를 떠나서 이런 소문이 있었거든요.
덕수 중학교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아무 이유없이 집단구타 한다더라.
돌로 머리를 찍;;기도 한다더라.
그게 무서워서 운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4.
첫 날, 아이들은 2cm 이하로 모두 머리가 밀렸습니다.
억울하고 쪽팔리고 화 나는 일이죠.
그래서 서로 싸웁디다.-_-
이 때 한 아이가 교실에 있던 거울로 상대방을 내리쳤는데
어린 나이에 무척 충격이었지요.
거울로 맞는다고 아프지는 않지만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뭔가
상당히 파괴-_-적인 상황이구나, 를 느끼게 해주잖아요.
5.
우등상 받고 덕수 중학교로 배정받은 녀석은 결국 전학을 갔습니다.
어떤 놈은 소각장에서 본드를 불고,
그러다가 결국 비닐 뒤집어 쓰고 자다가 죽-_-고,
어떤 놈은 훔친 오토바이로 등하교를 하고,
그러다가 트럭에 깔려 죽고,
어떤 놈은 학교 운동장에 깔따구(당시 여자친구를 뜻하는 속어)를 데려와 애정행각을 하고,
그러다가 임신;;; 공격을 당해서 도망가고
여러 사람에게 참으로 격동적인 학교였던 것 같습니다.
6.
다행히 고등학교는 연합고사를 통해 원하는 고등학교를 지원했습니다.
거기에도 양아치는 있었지만, 중딩 때처럼 다이나믹 하지는 않았지요.
기껏해야 일일 호프 티켓을 파는 양아치 정도.
7.
뺑뺑이의 저주는 논산으로 따라왔습니다.
전방 사단 훈련소와는 달리 논산 훈련소는
'전투' 주특기가 아닌 통신이나 보급, 행정 같은 전문 주특기 배정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편한 군생활이 보장된 훈련소였는데
"서지학, 60mm 박격포"
이런 쌈싸먹을 결과가 나온 거지요.
같은 중대에 있던 박격포 주특기 배정자 동기 중 한 명은
소대장 차를 몰고 탈영을 했고
운전면허가 없어서 그마저도 실행하지 못 했던 한 동기는
전투 주특기를 피하려고 야삽;;으로 본인의 손가락을 찍;;;어 냈는데
그 때, 똥통 학교 가기 싫다고 울던 초딩이 생각났어요.
어딜 가나, 어느 나이에나
그런 일들과 그런 사람들은 있는 거죠.
8.
탈영한 훈련병은 첫번째 검문소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손가락 봉합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2건의 사건으로 빡이 이빠이 돌은 연대장은
훈련병들에게 지옥을 선사했습니다.
"입에 단내 날 때까지 굴려! 편하니까 뻘 짓 하지, 이 씹새끼들!"
9.
전투 주특기를 받아도 후방으로만 배정되면 편하다는 당연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뭐,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뺑뺑이의 저주에 걸린 몸이라 최최최전방으로 끌려갔고요.
최전방 사단 대기소에 몰린 신병들은
'공수훈련을 마친 목사 중령'에게 덕담을 듣습니다.
"나도 이런 저런 훈련 다 해봤는데, 사람이 다 하는 거다."
그날 밤, 동기 하나가 자다가 바지에 똥-_-을 쌉니다.
그리고 그 똥을 온 몸에 묻히고 돌아다닙니다.
재수가 좋으면 의가사 제대였을텐데, 재수가 없었나 봅니다.
사단 정신병원에서 몇 대 맞고 정신이 되돌아왔다고 합니다.
괜히 똥만 묻혔습니다.
어딜 가나, 어느 나이에나
그런 일들과 그런 사람들은 있는 것이었습니다.
10.
살다보면 회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게 본인 행동의 결과가 아닌, 뺑뺑이 같은 운명적인 것일 경우 더욱.
그 뭔가 위대한 존재에게 기대어 "쿼바디스"를 외치고 싶은 순간이 있지요.
저 같은 경우는 급성 위염으로 주말 응급실 방문할 때 그랬어요.
그 순간에는 안 아프게만 해준다면 교회도 다닐 수 있을 것 같았지요.
인과관계는 전혀 없겠지만.
11.
요즘 그런 생각들을 합니다.
울지 말고, 손가락 자르지 말고, 똥;;싸지말고
살아왔던대로 다가오는 인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지나고나면 이것도 어차피 똥글로 승화될 에피소드겠지.
이런 생각이요.
쭉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
그게 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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