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전설 #42] 폭 발 - written by mastin -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무척 하이 텐션이었다.
앞으로 당할 큰 액운을 대신하여 액땜을 했겠거니, 나름 긍정적인 사고를
해보았지만, 나의 성스러운 배설 행위를 유린한 범인에 대한 살해욕구는
떨어뜨려도 떨어뜨려도 떨어지지 않는, 마치 헤드락에 걸린 헐크 호간의
손과 같았던 것이다.
'똥 위에 주저 앉히자'
정신 건강의 쾌유를 위해서는 그래야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귀에는 입김. 똥에는 똥이다.
똥을 먹여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먹는 것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가정교육을
엄격하게 받아 온 뼈대있는 가문의 자손으로 그럴 수는 없으니까.
'주저 앉히는 것이 최선이다.'
나름 진지하게 복수를 계획하며 돌아온 자리.
"지스팟이 중요한 거야아아아!"
이미 돈마와 재성은 잠시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만취된 청춘이 되어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15분 정도.
그 단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만취된 짐승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나름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해야할까.
"어이~ 친구! 시원하게 배설하였는가! 헛헛! 그러고 보면 하느님이 참
이해못할 개새끼야. 왜 자지라는 훌륭한 레저 도구와 똥 나오는 구멍을
그렇게 가깝게 붙여 만든 거냐고!"
오오, 쿼바디스 도미네.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 벗은지라. (창세기 9장 21)
"그나저나 60억 인구가 하루에 한번씩 똥을 싸면 그 똥은 다 어디로
가는 거냐?"
"달이다, 달! 그게 외계인이 있다는 증거지!"
"워어오~ 천재 새끼!"
뇌의 모든 주름 사이사이로 알콜이 충분히 스며들었음이 분명한 사고유발자들.
청춘남녀를 한방에 두고 의복을 모두 빼냈을 때.
그리고, 쓰레기 베이스에 알콜이 첨가됐을 때의 공통점.
무조건 사고다.
"친구야~ 어여 앉아. 봐라~ 봐. 캪.틴.큐. 큐선장님시다."
* 캪틴큐 : 큐선장이라고 불리우던 저가 양주. 가방 안에 숨기기 적당한
사이즈와 만화 보물섬 등에서 해적들이 즐겨 마시던 술로 포지셔닝이
되어 나폴레옹과 함께 저가 양주 시장을 풍미했다.
럼(rum)의 향을 넣은 양주로 불리지만 실제는 일반 증류주로 최근에는
다른 위스키병에 넣어 가짜 양주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곤 한다.
얼굴 전체를 분홍색 줄루펜으로 칠해놓은 듯한 돈마가 나를 끌어 자리에
앉혔다.
이미 녀석의 머리 속에 왈구의 소개팅은 아웃 오브 안중임이 분명했다.
"취했다. 가자."
더 이상 뭔가를 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뿐더러 위험했다. 뉴런 하나하나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신속 과감하게 그 장소를 이탈해야 했다.
"매헌 윤봉길이 이런말씀을 하셨지. 남자가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
"죽여줄까, 자지를 잘라서 여자로 만들어줄까?"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만취된 짐승은 잔소리 회피 테크트리를 끝까지 타버린 터.
"산도 알지? 산도가 생일이라고 큐선장님 돌렸다. 으하하하!"
산도라.
조직 및 사교계 진출률 40%를 자랑하는 동대문의 D중학교 동창으로 본드와
가스로 점철된 인생을 살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야간 빙고장 같은 조명을
설치한 오토바이를 타고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학교를 떠난 쿨가이.
이름 또한 얼핏 생각하면 아주 멋진 이름같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국민과자 크라운 '산도'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샌드의 쪽바리식 발음인 산.도.
그 영향 때문은 아니겠지만 산도는 그 당시 이태원의 신주쿠라는 쪽바리 전용
단란주점의 삐끼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자리에 가서 인사라도 하고 오려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녀석이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으며, 나를 보고 씨익~ 웃음을
날렸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의미심장한 웃음.
'저 새끼다!'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 속에 실루엣으로만 보였던 배변유린자.
산도였다.
머리 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산도라면 미처 똥 위에 주저 앉히기 전에 나를 오토바이 매달고 동네를
두어바퀴 질질 끌고 다니다가 케찹 비슷한 형태로 만들기에 충분한 녀석.
사람 안 무서워하는 비둘기들에게 둘러쌓인 것만큼 짜증이 났다.
어쩌지, 그냥 똥 닦다가 묻은 척 하고 손에 똥을 묻혀서 악수라도 할까,
정녕 이 나라의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개탄을 하는 순간.
왈구가 문을 열고 등장했다.
밤새 다림질을 했을 것이 분명한 빽마이를 입은 왈구의 등장과 함께 만취한
재성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어이~ 친구! 수통의 물은 충만한가?"
"오늘을 위해 몇일 금딸 하였는가?"
이미 짐승에 무한 수렴되어 있던 나의 오랜 쓰레기 친구들은 가게 전체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금딸은 폭딸을 구축할 뿐일세. 헛헛헛"
동시에 왈구의 얼굴이 변기만큼 하얗게 질린 것은 물론이다.
"뭐, 뭐야, 이 씨, 씨발놈들. 너, 너네가 여기 왜 있어?"
왈구는 죽통을 세게 한번 갈기거나, 똥침을 제대로 한번 넣어주면 그것을
핑계삼아 펑펑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신체의 자유를 가진 국민이 어딜가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 빨갱이냐? 간첩이야?"
"그러고보니 이 새끼 새벽에 흙 묻은 신발로 산에서 내려오고, 무의식중에
동무라는 어휘를 사용한 것도 같아."
카오스로 무한 발산하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똘이장군 삽입곡이 호프집 전체에
울려퍼졌다.
"나는 알아요~ 키는 작지만~ 나는 알아요~ 손도 작지만 ~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대한의 어린이~
길을 알아요~ 나는 싸워요~ 눈은 작지만~ 나는 싸워요~
힘은 없지만~ 싸움을 좋아하는 공산당은 싫어요~
자유를 위해서~ 나는 싸워요~"
찌질한 대한민국 남아의 기상을 기개있게 펼치는 재성과 돈마를 쳐다보던
왈구도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소개팅은 좆.됐.다.라는 것을.
지금처럼 휴대폰이라도 있었으면 급하게 약속 장소를 변경했을 때이지만,
그때만 해도 휴대폰은 커녕 삐삐도 없었던 아날로그 시대.
"나가자.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 친구들아"
때아닌 햇볕 정책을 사용했던 왈구.
물론 내음성이 강한 음지식물 같은 놈들에게는 절대 적절치 않은 반응이었다.
"나 뀐다!"
"뭘?"
"뿌우우우웅!"
왈구의 청유에 입이 아닌 괄약근을 움직여 대꾸했던 돈마.
이미 협상의 여지는 저 하늘의 별이 되어 있었다.
"야, 좀 조용히 안해?"
이 초절정막장의 흐름을 끊은 것은 다름아닌 알바 협객.
가뜩이나 고삐리들이 둘러앉아 슈퍼에서 사 온 캪틴큐를 홀짝 거리던 것이
못마땅했던 대학생 알바 엉아가 드디어 폭발했던 것이다.
"나 뀐다!"
"뿌우우우웅!"
알바 협객의 압력에도 입이 아닌 괄약근을 움직여 대꾸했던 돈마.
흡사 이것은 에반게리온의 세컨드 임팩트.
"너 나와, 이 새끼야!"
분노 게이지가 극도로 상승한 알바 협객이 돈마를 끌어내자 보광동 제1협객
재성이도 벌떡, 덩달아 놀러왔던 알바 협객의 친구들도 벌떡, 근처에 있던
산도 무리들도 벌떡, 이른 아침 헛좆 기립하듯 모두 가게에서 일어섰다.
"뭐, 뭐야 이 새끼들, 너네들 다 나와!"
엄청난 쪽수의 기립에 잠시 움찔했던 알바 협객.
여기서 꿀리면 헛좆이 된다라는 생각에서였는지, 억지로 짜낸 목소리로
보광동-한남동 스트리트 파이터들을 향해 소리쳤고, 그 즉시 되빠꾸로
500cc잔이 날아들었다.
"담궈, 씨발!"
재성이 돈까스 접시와 함께 날았고, 산도가 부대찌게 냄비와 함께 날았다.
그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은 크고 울툴불퉁한 고추를 원하는가, 아니면 작고
아담하면서 귀여운 고추를 원하는가의 답변만큼 명확했다.
'튀자'
진정한 극복보다는 회피가 남자의 참맛.
아주 소심한 복수로 산도가 벗어놓은 옷에 돈까스 소스를 뿌리고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문득 왈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최홍만과 딥키스 30초 or 이준기 펠라치오 1분 택1'의 강요를 받은 것 같았던
그 얼굴.
그 얼굴을 외면하며 문을 열고 나서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여자가 옆을 스쳤다.
'트레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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