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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2/01/20 mastin 리튬 레터


이 편지는 정확히 1998년 6월15일 오후 4시 27분에 시작합니다.

방금 표준시간에 제 시계를 맞추어 놓았으니 듬뿍 신뢰해도 좋습니다.

하하 ...신뢰로 시작하는 만남이라니 무척 멋진 일입니다.

음 ... 당신은 저를 모르고 저도 역시 당신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러기에 1998년 6월 15일 오후 4시 27분이라는 이 시간은 우리에게
'이른 시간'이 됩니다.

당신과 내가 서로 모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시간은 '시작'의
의미를 가지는 셈입니다.

이것 역시 아주 멋진 일입니다.

이로써 당신은 '멋진 일'두가지를 경험했습니다.

음 ... 낯선 사람에게서 무슨 소리인지 모를 말로 시작되는 편지를
받는 것 ...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멋진 일' 2점에 '당혹감' 1점. 당신의 현재 스코어는 그렇습니다.

그다지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어디까지나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는다는 일 자체로 불쾌할 가능성은
그 반대의 가능성에 비해 적다는 게 일반론이니까요.

아 ..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단서를 붙이겠습니다.

세상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전 정확히 지금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열 통의 편지를 당신에게
보내겠습니다.

편지봉투의 '보내는 이'란에는 제 이름이 정확히 적힐 것이고
그것으로 당신은 두 번째부터 그것이 제가 보내는 편지임을 뜯지
않고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편지를 읽고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2번째부터는
내용을 보지 않고도 폐기가 가능하다는 소리입니다.

왜 꼭 열 통이냐면 ...

글쎄요. 웬지 10이라는 숫자가 충분한 숫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전 방금 LITHUM을 주성분으로 하는 무전기 배터리를 보고
편지를 쓰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머리 속에 담배갑보다 조금 큰 네모난 건전지를 상상하면 되겠습니다.

이 LITHUM 배터리는 다른 무전기보다 작고 가볍습니다.

이 놈이 매력적인 이유는 충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절대로 재충전이 불가능합니다. '단 한 번' 아시겠습니까?

이 놈은 자신의 모든 힘을 모두 무전기에 쏟아버리고 나서 자신이
전부 방전되었다는 경고음을 울립니다.

삐~ 하고 말이지요.

그 때 재빨리 그 놈을 무전기에서 분리시켜 폐기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놈은 수류탄만큼의 폭발력으로 터져버리고 맙니다.


"난 더이상 방전당하기 보다는 터져버리고 말겠어"


이처럼 경고음은 일종의 비장미를 가졌습니다.

이놈에게서는 토머스홉스의 냄새가 납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에 투쟁' - 멋진 놈입니다.

혹은 쇼펜하우어나 코베인의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어느쪽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전 방금전에 이 놈이 삐~하고 울어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그것은 조금 후에 폭발한다는 일종의 경고였습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전 가끔씩 머리 속이 텅 비어버립니다.

아이큐가 제로로 떨어지는 신종 바이러스 전염 증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LITHUM 배터리를 떼어내지 않
았더라면 전 지금쯤 200조각 정도로 나뉘어져 인간 퍼즐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퍼즐은 맞추기가 까다롭습니다.

그 일이 지나고 전 외로워졌습니다.

왜 외로워졌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한참이 지나서 나란 놈은
경고음을 내지도 못하고 계속 방전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 편지는 제 경고음입니다.

전 '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누군가 저를 분리시켜 주었으면 합니다.

경고음은 10번 울립니다.

허나 안심하십시요. 파편은 당신에게로 튀어나가지 않습니다.

당신은 유리꼬갈의 씌워진 어린왕자의 장미처럼 안전합니다.



이 정도로 첫번째 경고음을 마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코 ... 노멤버... 델타... 송신완료,교신끝. 당소 귀설청.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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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0 23:51 2002/01/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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